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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디오퀘스트(AudioQuest)가 지난해부터 의욕적으로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출시된 전원 장치 나이아가라(Niagara) 7000과 스톰(Storm) 시리즈 파워케이블, 올해 선보인 미씨컬 크리처(Mythical Creature) 및 포크 히어로(Folk Hero) 시리즈 스피커케이블, 그리고 스틱형 USB DAC/헤드폰 앰프인 드래곤플라이의 새 버전(DragonFly Cobalt)이 바로 그것이다.

이중 포크 히어로 시리즈에 속한 윌리엄 텔 제로+베이스(William Tell Zero+Bass) 바이와이어 스피커케이블을 최근 리뷰했는데, 그 실력이 참으로 놀라웠다. 리뷰가 끝난 후 필자 자택 스피커를 대상으로 평생 안 해보던 바이와이어링 실험을 해봤을 만큼 충격이 컸다. 오디오퀘스트가 이 스피커케이블에 투입했다고 밝힌 ‘제로 테크놀로지’와 ‘GND 테크놀로지’의 존재 이유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제로 테크놀로지와 GND 테크놀로지는 오디오퀘스트가 나이아가라 7000과 스톰 시리즈 파워케이블에 처음 적용한 기술이었다. 두 제품 자체가 파워컨디셔너로 유명한 퍼맨 사운드(Furman Sound) 출신 엔지니어 가스 파웰(Garth Powell)이 6년 전 오디오퀘스트로 옮겨 내놓은 첫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전원 관련 기술을 스피커케이블에도 적용하니 기존보다 훨씬 나은 음질적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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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맥락을 뒤늦게 파악했을 무렵,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에서 스톰 시리즈 파워케이블을 처음 접하게 됐다. 5개 라인으로 짜인 스톰 시리즈에서 서열 4번째 파워케이블인 토네이도(Tornado)다. 아래에 썬더(Thunder)가 있고, 위로 허리케인(Hurricane), 파이어버드(FireBird), 드래곤(Dragon)이 있다. 드래곤이 가장 비싼 플래그십이다. 어쨌든 원조 맛집이라 할 스톰 시리즈의 토네이도 파워케이블이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지 개인적으로도 흥미진진한 시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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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케이블 기본상식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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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기본 상식부터 정리해봤다. 오디오퀘스트가 워낙 신기술 이야기를 많이 하다 보니 자칫하다가는 제작사 논리에만 휘둘리다 근본을 까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파워케이블, 즉 전원선은 통상 3선 구조이며 2선은 신호선, 1선은 접지선이다. 신호선 중 하나는 60Hz 주파수에 220V RMS 전압이 흐르는 액티브 L선(Live, Hot, Positive)이고, 다른 하나는 0V가 흐르는 중성선 N선(Neutral)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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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발전소에서 보내는 전기는 모두 교류 3상 전력(L1, L2, L3)이며 각 상 전압은 잘 아시는 대로 서로 120도의 위상차를 갖고 있다. 공장이나 상가에는 3상 전력, 일반 가정에는 단상 전력이 공급된다. 그리고 흔히 말하는 220V는 60Hz 파형을 갖는 교류 신호이기 때문에 RMS(Root Mean Square) 값이며, 최대 전압 값은 여기에 1.414(√2)를 곱한 +311V, -311V가 된다.

파워케이블에는 이들 3선 말고도 실드선(Shield)이 있다. 말 그대로 외부 전자기장으로부터 내부 선재를 보호하기 위한 용도다. 그런데 이 실드선과 접지선을 단자에서 묶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실드선과 접지선을 묶는 경우 IEC 플러그 쪽이 아니라 AC 플러그 쪽만 묶는다. 이는 실드선에 유도된 노이즈를 벽체 접지 그라운드를 통해 방출하기 위해서다. 양쪽을 다 묶어버리면 신호선과 접지선 사이의 정전용량이 변해 실드선에 전류가 흐를 수 있다.

파워케이블의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은 상식적으로 선재의 종류와 두께, 절연체(insulator)의 종류와 지오메트리, 그리고 선재와 단자의 접합 방법 등이다. 오디오퀘스트의 경우 기본은 솔리드 PSC(동선)이지만 상급 모델에는 여기에 솔리드 PSS(은선)를 추가하고, 상급 모델일수록 선재가 굵다. 물론 60Hz 대전류의 흐름을 방해하는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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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디오퀘스트의 토네이도 파워케이블은 이 정도 수준에 머물지 않았다. 위에서 말한 제로 테크놀로지(Zero Characteristic Impedance Technology)와 GND(Ground Noise-Dissipation) 테크놀로지를 비롯해 72V 배터리 팩을 활용한 DBS(Dielectric-Bias System with Radio Frequency Trap) 테크놀로지를 호화롭게 투입했다. 선재도 PSC+(Perfect Surface Copper+)와 PSC 2종류를 섞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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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rnado 파워케이블 외관과 설계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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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네이도 파워케이블을 처음 본 순간 살모사 3마리가 연리목처럼 꼬여 있는 것 같았다. 오디오퀘스트에서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각각 안에 신호선(L), 중성선(N), 접지선(G)이 들어있고, 각 선재를 인슐레이터(절연체)가 감싸고 그 위에 실드망을 입힌 후 피복으로 최종 마감했을 것이다. 그리고 위에서 살펴본 대로 접지선을 둘러싼 실드망만 AC 플러그 쪽에서 한 묶음이 되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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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기기 인렛단에 꽂는 IEC 플러그 바로 밑에 오디오퀘스트 상위 케이블에 어김없이 달려있는 72V 배터리 팩이 있어 눈길을 끈다. 여기서 이번 스톰 시리즈의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 드러난다. 파워앰프나 서브우퍼 같은 대전류가 필요한 기기에 꽂는 ‘하이 커런트’(High-Current) 모델과, 소스기기나 컴퓨터, AV 기기처럼 대전류보다는 접지 노이즈 유입 차단이 더 중요한 기기에 꽂는 ‘소스’(Source) 모델, 2가지를 준비한 것이다. 배터리 팩이 있는 모델이 하이 커런트, 없는 모델이 소스다.

배터리 팩은 원래 1) 케이블 인슐레이터(절연체)에 강한 DC 전압을 가해(바이어싱), 2) 강력하고 안정적인 전자기장을 만들고, 3) 절연체가 유전체(dielectric)로 변질되는 것을 막음으로써, 4) 인슐레이터로 인한 시간 및 위상 지연 같은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4년에 도입됐다. 배터리 팩에 DBS(Dielectric Bias System)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다.

여기까지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설계 디자인이었고, 이제는 눈에 안 보이는, 그래서 제작사 설명을 일단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내용들을 살펴봤다. 이 점을 감안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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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선재는 동선인 PSC+(Perfect Surface Copper+)와 PSC(Perfect Surface Copper)를 섞어 썼다. 오디오퀘스트에서는 모든 선재를 연선(Strand)이 아닌 단선(Solid)을 쓰는 게 특징이며, 단선 표면을 매끄럽고 깨끗하게 마감했을 때(Perfect Surface) 전류가 막힘없이 더 잘 흐른다고 한다. 하위 모델인 썬더에는 표면처리를 하지 않은 LGC(Long-Grain Copper) 선재를 PSC와 섞어 쓰고, 바로 위 모델인 허리케인에는 보다 등급이 높은 PSC+ 선재만 쓴다. 상위 등급인 파이어버드와 드래곤은 PSC+ 선재와 은선인 PSS(Perfect Surface Silver) 선재를 섞어 쓴다.

토네이도를 비롯한 스톰 시리즈 파워케이블에는 위에서 언급한 GND(Ground Noise Dissipation) 테크놀로지가 투입됐다. 오디오퀘스트에서는 접지선이 의도치 않게 RF(라디오 주파수)와 EM(전자기장)을 끌어들이는 안테나 역할을 하고 이는 파워케이블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본다. 파워케이블 역시 가청 영역대 오디오 신호라 할 60Hz 주파수가 흐르고, 전원선을 타고 들어온 RF 노이즈는 여린 음악 신호를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10kHz 이상 고주파 대역의 에너지를 의도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투입된 기술이 GND 테크놀로지다. 오디오퀘스트에 따르면 1) 특정 절연체를 새로 투입하고, 2) 위상이 반대인 주파수를 쏴줌으로써 RF 노이즈를 소멸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위상이 반대인 주파수를 쏴주는 전원은 물론 배터리 팩이다. 오디오퀘스트가 배터리 팩을 ‘DBS with Radio Frequency Trap’(RF 트랩 DBS)이라고 설명하는 이유다.

제로 테크놀로지(Zero Characteristic Impedance Technology)는 말 그대로 케이블에 고유한 특성 임피던스를 제거하는 기술. 파워케이블 속성상 DC 저항은 낮지만 AC 특성 임피던스로 인해 파워앰프 등에 순간적인 대전류를 공급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일종의 고정 값인 특성 임피던스가 정말 제거될 수 있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지만, 가스 파웰 외국 인터뷰를 보면 신호선과 중성선, 접지선을 각각 철저하게 쉴딩함으로써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