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음질 재생에서의 성능도 좋았지만, 오히려 CD로 리핑한 일반적인 44.1kHz 음원에서 더욱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디지털 재생의 궁극의 목표인 아날로그와 같은 사운드 재생에 근접하고 있었는데, 압도적인 고역 해상력과 디테일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마치 눈앞에 커튼이 사라지듯 필터들이 모두 사라져 버린 듯한 투명함이 돋보였던 것이다.
트리니티는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브랜드라 할 수 있다. 물론 해외에서는 이미 독자적인 솔루션으로 개발한 이들의 DAC가 성능을 중심으로 크게 이슈가 되고 있는데, 국내에서도 서서히 이들의 저력이 알려져 가고 있는 상황이다. 동사는 독일 브랜드로서, DAC, 포노, 프리·파워 앰프, PC & 드라이브의 대표 모델만을 소개하고 있는데, 제품들을 접한 해외 반응을 살펴보면 제품의 콘셉트와 성능이 만만치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필자에게도 사실 생소한 브랜드였고, 외관에서 보이는 심플함 때문에, 이런 반응들이 의아하기도 했는데, 제품에 내포된 성능이 어떠하기에 이런 엄청난 가격을 지불하고도, 만족도를 높이고 있는지 새삼 궁금해지기도 했던 것이다.
트리니티가 독특한 점이 있다면, 전문 제조 공장이 잘 갖춰진 대량 생산의 회사라기보다는 주문 생산이 중심이 된 업체라는 것이다. 1인 체제로 개발과 생산을 하다 보니, 주문 후 납기까지의 시간도 많이 걸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문량이 밀려 있고, 이런 기다림 속에서도 주문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제품의 퀄러티가 최고 수준이고, 트리니티만의 자신감도 있었기에, 이런 생산 일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회사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면 회사에 대한 소개보다는 다양한 측정치와 기술적인 설명을 중심으로 한 엔지니어적인 성격의 정보가 정리되어 있다. 다양한 측정 결과와 기본적인 이론으로써 이들 나름대로의 믿음과 신뢰를 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스펙만 좋다고 사운드까지 무조건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사운드가 좋기 위한 기본적인 필요 충분 조건이 되기 때문에, 의미를 부여해도 좋다는 것이다.
이번 리뷰는 가격과 성능에서 이슈가 되었던 DAC와 전용으로 제공하는 PC & 드라이브 시스템이다. 제품의 외관은 50mm 통 알루미늄을 CNC 가공하여 견고하게 처리되어 있으며, 전면의 버튼들과 후면 단자들은 마치 전기 장치를 보는 듯한 기계적인 느낌을 제공하고 있다.
별도의 디스플레이부가 없이 단순히 스위치의 불빛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이 특이하다. 제품을 지지하는 인슐레이터는 볼 삽입 방식을 채택, 진동에도 철저히 대응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시스템의 콘셉트를 살펴보자. PCM 데이터만으로도 충분히 사운드의 퀄러티를 보장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이는데, DSD 재생은 거부하고 있으며, 192kHz 샘플레이트까지만 지원하고 있다. 이는 최근 128 DSD와 32비트 기반의 384kHz 샘플레이트가 최고 사양으로 인정받는 디지털 시장에서 어쩌면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제 내용들을 살펴보면, 확실히 의미 있는 제품임을 알 수 있다. 바로 가장 근본적인 디지털의 문제였던 지터와 클록, 필터의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성능이 뛰어난 최신의 DAC 칩셋을 사용하기보다는 안정적인 부품을 통해 완전히 다른 접근의 새로운 제품으로 완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마치 TI사의 PCM1704 칩은 디스크리트 회로의 한 부품처럼 사용되고 있는 것.
성능의 극대화를 위해 시도한 방식이 어떤 것인지 좀더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먼저 동사는 Lianotec(Linear Analog Oversampling Technology)이라는 기술을 적용하고 있는데, 핵심은 지터와 필터의 기술이다. 이 기술의 가장 핵심 중 하나는 디지털 내부 필터와 아날로그 방식의 필터를 적용하여 사용하는 방식이 아닌, DAC 칩의 조합만으로 자연스러운 로우 패스 필터가 구성되도록 해놓은 것이다. 이를 위해 아날로그 출력단에는 TI사의 PCM1704를 채널당 8개 사용하고 있으며, 모두 패러럴로 연결, 정확한 클록의 제공을 통해 이상적인 임펄스 응답을 가져오게 하였다. 이런 과정으로 PCM 음원 재생에서 디지털 사인파의 계단 현상을 없앴고, 아날로그 사인파와 동일한 특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지터 노이즈와 인위적인 필터를 제거함으로써, 디지털 신호가 아날로그와 동일하게 재생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정교한 오실레이터로 동사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VCOCXO 모듈을 2개 사용했고, 44.1kHz와 48kHz 샘플레이트의 배수를 개별 대응하기 위해 22.57792MHz와 24.576MHz 오실레이터를 개별 장착하고 있다. 덕분에 8개 DAC 칩을 통한 멀티플 방식으로 192kHz 샘플레이트를 재생할 때도 에러가 없다. 이를 통한 결과물로 리니어리티 특성이 140dB로 향상되어 있었다. 결과적으로 핵심적인 개선을 통해 최종 출력되는 아날로그 파형을 부드럽고 정교한 곡선으로 만들어 주고, 왜곡 없는 고 퀄러티 사운드를 재생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DAC와 함께 전용 플레이어로 제공되는 PC & 드라이브의 경우 동일한 디자인 콘셉트를 기반으로 리핑과 고음질 음원 전용 PC의 역할을 담당하도록 되어 있다. 이를 위해 전면에 슬롯 타입 CD 트레이가 장착되어 있다. 전용 PC에는 푸바 2000 프로그램을 탑재시켜 두었고, 리핑과 데이터 보관을 위한 4테라 HDD를 기본적으로 내장하고 있다. 참고로 아이패드용 어플리케이션은 몽키모트(MonkeyMote)를 권장하고 있다.
사운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고음질 재생에서의 성능도 좋았지만, 오히려 CD로 리핑한 일반적인 44.1kHz 음원에서 더욱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디지털 재생의 궁극의 목표인 아날로그와 같은 사운드 재생에 근접하고 있었는데, 압도적인 고역 해상력과 디테일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마치 눈앞에 커튼이 사라지듯 필터들이 모두 사라져 버린 듯한 투명함이 돋보였던 것이다. 이는 PCM 음원에 대한 한계와 편견을 사라지게 만드는 마치 진정한 소리의 마술의 같은 것이었다. 한마디로 정의하면, 가격을 벗어나 PCM 전용 DAC에서의 극한의 모습을 보여주는 제품, 그것이 바로 트리니티 DAC였다.
